가는길
우리집교회는 가끔씩 외부 교회를 방문합니다. 이번 주에 외부교회 탐방을 계획하면서 나들목네트워크 교회 중에 한 곳을 다녀오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가까운 도봉구에 있는 나들목동행교회를 다녀왔습니다. 주일 예배는 서울외국어고등학교 1층에 있는 비전홀을 대관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녹천역 바로 옆이라 대중교통 이용한 접근성이 정말 좋았습니다. 녹천역에서 내리시면 서울외국어고등학교 가는 길이라고 2번 출구가 가까운 것처럼 안내되고 있는데, 3번 출구 나오셔서 주택가 쪽 입구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학교 들어가는 길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어요. 지난번 라이트하우스 홍대 갔을 때도 비슷한 디자인의 플라스틱 안내판이 있었는데 요즘 이런 식이 유행인가 보네요. 장소를 대관해서 사용하는 교회 입장에서는 간판을 세우거나 할 수 없으니까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네요. 눈에 잘 띄고 좋았습니다.
인쇄물
늦을까봐 조금 일찍 도착했더니 찬양팀 연습 중이었습니다. 주보와 안내 책자들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주보 안에 녹색 용지가 하나 끼워져 있었는데, 그날 설교 본문과 요점이 요약된 종이였습니다. 아마 가정교회(소그룹모임)에서 사용하는 나눔 자료겠지요. 그래도 미리 설교 본문과 내용이 정리되어서 나온다는 말입니다. 저도 설교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것지만 일찌감치 설교의 요약본을 낸다는게 쉽지 않은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시스템처럼 돌아간다는 것으로 보아 사역자들이 그만큼 부지런하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확실히 모든 글씨들이 전체적으로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면짜리 주보에 넣기에 내용이 많다보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커도 좋지 않을까 싶긴 했습니다. 이건 PPT 글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럼 안 이쁘죠. 디자인과 편의성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동행교회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들목네트워크에 소속된 교회들이 나름 멤버십이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교회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나 찬양들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날에는 한 달에 한번 드려지는 '공동체예배'라고 하는데 '공동체예배'가 무슨 예배인지 정확한 설명이 없어서 안내하시는 분께 따로 여쭤봐야 했습니다. 함께 부르는 찬양도 낯선 것들이어서 잠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따라 부르기 어렵지 않은 곡이라 금방 같이 부를 수 있었습니다. 이건 그리 큰 문제는 아니고 특히나 멤버십을 갖게 된다면 함께 공유하는 '우리들의 것'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설명만 쫌 더 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 외에도 처음 방문한 분들을 위한 질문지(?) 같은 것이 있었는데, 등록을 하는 것도 아닌데 상당히 많은 개인정보를 적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정보 동의도 없이(이 부분은 요즘 같은 때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뒷면에는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라는 순서에서 사용하는 용지가 있었는데 이건 뒤에서 더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종이는 안쓰면 다시 걷어서 재활용한다고 하던데. 그냥 종이를 안쓸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예배 순서
예배는 성가대가 따로 없이 찬양팀이 전체 음악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형식의 예배였습니다. 성가대가 없는 이유는 아마 공간의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현대적인 예배에서 성가대의 역할은 앞으로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악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가 찬양팀과 성가대로 나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성가대보다 찬양팀이 부르는 것이 성도들이 함께 부르기에 훨씬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들목동행교회에서도 기도송 같은 것을 찬양팀이 인도하니 성도들이 함께 부르는 분위기가 되어서 훨씬 좋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는 찬양이 끝나고 영상으로 '지난 동행'이라는 순서가 있었는데 지난 주 예배 시간에 성도들이 써낸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 중에서 발췌한 내용이 영상으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이건 확실하진 않아요). 지난 시간에 들었던 설교의 내용을 리프레시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주간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지난 주 들었던 말씀이 내 삶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습니다.
나들목교회 예배는 마무리 될 때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라는 시간을 갖는데 앞에서 이야기 했던 용지가 주보에 삽지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화면에 QR코드를 띄워주는데 거기에 접속하면 구글설문지로 연결됩니다. 말씀을 듣고 나서 그날 예배 드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 참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원하면 자신이 쓴 것들을 모아서 연말에 메일로 보내준다고 하던데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근데 나름 교회에서 일을 하던 입장에서 보니... 이거 행정력이 생각보다 많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ㅋ
어쨌든 이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의 내용처럼 보이는 것들이 자막으로 흘러가는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경음악에 맞춰서 자막이 나오는 것이 좋았고, 자막을 읽고 생각해볼 수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게 좋았습니다. 교회에서 미디어를 사용할 때 언제나 제작자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시청자(?)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주어서 좋았습니다.
설교
방문했을 때 나들목네트워크에 속한 교회들끼리 순회설교를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4주차라고 하던데 '오랜 터 위에서 교회다움을 묻다'라는 주제로 초대교회를 통해 오늘의 교회다움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주제였습니다. 이번 주 설교는 나들목꿈꾸는 교회 최호남 목사님이 순회 설교자로 오셔서 설교를 하셨는데, 동행교회 성도들과도 이미 잘 알고 지내시는 것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교회에서 리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본인과 아들의 관계에서의 경험을 통해 설명하시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설교자들이 순회하면서 설교하는 것은 공통의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교회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단지 다른 목사님의 설교를 들어보는 것은 영상만 봐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설교자와 성도들이 갖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의 사역자에게 역할과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일 수 있을텐데, 이런 팀목회 시스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아마도 김형국 목사님이라는 영적 중심이 있기 때문에 이런 팀목회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헌금
보통 교회를 방문하면 헌금봉투와 헌금함이 가장 잘 보이는데에 놓여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나들목동행교회는 헌금 시간이 아니라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종이에 자신의 생각이나 기도를 적어 내거나 구글설문지에 작성하는 시간을 줍니다. 헌금은 현물이 아니라 계좌로 하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예배 헌금 시간에 대한 굉장히 좋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헌금을 안하면 예배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헌금의 본래 의미도 결국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기에 이 시간을 돈이 아닌 기도와 삶의 다짐 같은 것들로 채우는 것은 참 좋아보였습니다. 물론 이럴 경우 직접 헌금함이 도는 것에 비해서 헌금이 덜 걷히는 것은 뭐...
총평
나들목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 교회들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교회들의 연합입니다. 기독교가 세상으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복음의 본질을 찾으려는 이들이 함께 연합한 좋은 교회운동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 공동체를 거쳐간 이들이 다른 교회와 꼭 좋게만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기에 이에 대해서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요즘 같은 때 찾아보기 힘든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여서 멀리서 응원하게 되는 교회입니다. 최호남 목사님께서 설교 중에 "내가 꿈꾸는 교회에 가진 지분은 1/n뿐이다. 교회를 위해 성도들이 해온 노력을 본 입장에서 나는 절대 그 이상을 주장할 수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나라 목사님들이 다들 그런 마음으로 사역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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