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은 말씀
사무엘상 2장 18-20,26절
누가복음 2장 41-52절
골로새서 3장 12-17절
우리집교회의 예배는 한 사람의 설교가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로 구성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반복됩니다. 오늘 다음엔 내일이 있고 이번 달 뒤에는 다음 달이 따라오고 금년이 지나면 내년이 돌아옵니다. 마치 커다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끊임없이 낮과 밤, 사계절이 반복됩니다. 결국 인생도 이렇게 커다란 바퀴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24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매년 똑같이 다가오는 연말과 새해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2024년의 마지막 주일 예배를 드립니다.
오늘 말씀은 사무엘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간절히 자녀를 구했던 기도로 사무엘을 갖게 된 한나는 그 자녀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그렇게 사무엘은 엘리제사장과 함께 성막이 있던 실로에서 살게 되었지요. 사무엘상의 말씀에는 한나가 해마다 작은 옷을 만들어서 사무엘에게 가져다 주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해마다'라는 말에 집중해봅니다. 이 일은 해마다 계속되는 일입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한 해가 지나면 아들을 위해 똑같은 옷을 만듭니다. 끊임없는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녀가 지은 옷은 단 한번도 같은 옷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무엘은 계속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삼상2:26)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도 아이의 성장처럼 무언가 계속 자라나고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사무엘의 것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을 받았다(눅2:52)"며 사무엘서를 빼다박은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봐도 두 이야기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예수님의 부모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이 아이가 하나님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신성한 기억이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부모들은 그 일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눅2:50) 그들에게 이 사건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겪는, 그저 그런 속 썩이는 이벤트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이 일이 있기 전에도 그들은 '해마다' 성전에 올라갔었고, 그 후에도 '해마다' 같은 여행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의 증거를 통해 이 아이가 비범한 존재로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부모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예수님은 어느새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아차리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복되지만 전진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를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하심으로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간이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말합니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마치 아이가 자라나는 것처럼 지속적인 방향성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복되는 가운데 발전하고 전진하며 성장합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시간의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내가 살아낸 똑같아 보이는 하루일지라도 결코 똑같지 않고 헛되지 않다고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골로새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바울은 교회를 향해 그들이 해야 할 일들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일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전형적인 것들입니다. 동정심, 친절함, 오래참음, 용납과 용서... 그런데 골로새서는 이 가운데 세 개의 주된 동사를 현재 명령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평화가 여러분을 지배하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살아 있게 하십시오."
현재 명령법이란 계속적인 명령을 의미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회는 매번 정해진 것을 똑같은 형식으로 반복하는 집단입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순서에 따라 똑같은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 보수적인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옛것을 지키려고 하니까요. 하지만 교회가 매 주일 함께 모여서 예배하는 것은 우리의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가 하나님의 나라를 넓혀가고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반복은 전진하기 위한 반복이고, 변화되고 변화시키기 위한 반복이며, 이뤄내고 완성하기 위한 반복입니다. 우리가 떼는 떡과 잔에서, 우리의 찬양과 기도를 통해서, 섬김과 사랑 가운데서 우리는 다가오고 침범하며 변혁시키는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바라봅니다.
또 다시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옵니다. 늘 그렇듯이 다가오고 떠나가는 시간들이지만 새해에는 우리의 삶에, 우리 교회에,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인생에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의 증거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평화가 지배하게 하며,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말씀이 살아 있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하실 하나님을 믿으며 전진을 위한 반복을 해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Q1.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봅시다.
Q2.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진 적이 있나요? 오늘 말씀을 통해서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적어봅시다.
Q3. 내년에 어떤 진전을 이루고 싶은지 계획을 세워봅시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등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함께 듣는 찬양
조금씩 이뤄가죠 - 기브너스(GI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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