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연말이 되면 교회는 시끌벅적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송구영신까지. 각종 행사들 때문에 쉴틈이 없습니다. 특히나 연말에 각종 찬양제나 장기자랑 같은 것들을 하면 거의 한달? 길면 4-5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또 연말의 맛이기도 했고, 교회 다니는 추억이기도 하지요. 그러다 개척을 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습니다. 교회도 어느정도 규모가 되어야 행사도 하고 봉사도 하고 할텐데...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는 일은 교회의 정체성과도 연결됩니다. 예수님이 가난한 이들, 죄인으로 불리던 이들과 함께 하셨기 때문이지요. 그 삶을 본받는 것은 곧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는 것과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동일하다고 말씀하셨으니 더욱 그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교회가 그런 역할을 다 감당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교회가 사회복지단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의 상황에 따라서 보다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단체들과 협력하며 그 일에 동참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년 연말에는 젊은 시절 인연이 있는 [행동하는 양심(이하 행심)]이라는 봉사단체와 협력해서 연말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겨울이 되면 행심에서는 [행심크로스]라는 이름으로 이웃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사역을 합니다. 평소 반찬봉사 등을 통해 교류해오던 소외가정과 독거어르신, 장애인그룹홈에 연말 선물을 나눠주는 사역입니다. 한 사람에 5만원 정도 기준으로 받고 싶은 연말 선물을 조사한 후 후원하시는 분들을 모집해서 매칭을 시켜줍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사역 소식이 올라왔더군요. 정말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했습니다.
우리집교회에서는 총 10명의 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도록 지원을 했습니다. 그냥 돈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선물 전달하는 날 함께 참여해서 산타 할아버지(?) 흉내를 좀 냈습니다. 등촌동과 화곡동, 영등포에 위치한 그룹홈 네군데를 돌았습니다. 요즘은 이런 저런 이유로 새벽송을 안하지요. 아파트 같은 곳은 옆집에 피해가 되고 하니까 그러지 싶습니다. 어릴 때는 재밌었는데요. ㅎㅎㅎ 그런데 이번에는 문 앞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습니다. 밖에서 캐럴을 불러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기쁜 마음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며 준비한 선물을 전해주었습니다. 한 친구는 5만원 어치 봉지 과자 꾸러미를 받고 감동해서 엉엉 울기도 했고, 말 한마디 없던 얌전한 아이는 자전거탄 풍경 1집 LP를 받고 싶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뭔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을 별로 안하다보니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어보면 가끔 당황하곤 합니다. 딱히 갖고 싶은 게 없거든요. 웬만큼 필요한 것들을 다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렇게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도 참 순수한 마음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는 참 삶에 찌들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는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조금 일찍이지만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기 전에, 나는 내가 받은 은혜의 선물에 저렇게 티 없이 좋아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봅니다. 내가 세상을 밝히는 기쁨의 소식을 감당할만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게나마 나를 사용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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